1983 년도

1983. 6. 18 /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 고린도전서 13:1-3

람보 2 2015. 3. 5. 16:25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1983. 6. 18 )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고전 13:1-3 / 1983. 6. 18 (자선 음악회 설교)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을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 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이익이 없느니라.

대강절 첫째 주일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1981년 여름, 아주 무덥던 날, 저 멀리 남쪽 태평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곳, 파도가 넘실거리는 아름다운 항구도시, 아주 깨끗하고 잘 사는 나라로 알려진 그림 같은 조그마한 도시국가 싱가폴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멀리 중동지방으로부터 인도, 스리랑카, 미얀마, 타이, 대만, 일본 그리고 한국 아시아 여러 나라의 신학자 회의가 열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시아 각 국을 대표하는 내노라 하는 신학자들이 제각기 연구한 논문을 가지고 모여서는 발표하고 토의하는 학술회의였습니다.
며칠동안 진지하게 회의가 진행되고 드디어 회의를 마칠 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회의의 마지막에 두 사람의 발표자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두 사람 중의 첫 번째 사람이 등장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있는 모든 사람들이 조용하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때 강단의 옆문이 열리면서 아주 키가 작고 늙은 여인이 한 사람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조용히 말을 시작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인도의 캘커타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아주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들의 삶은 고통스럽고 비참하며 그들은 모두 가난 속에 버려진 사람들입니다.
비가 몹시 내리는 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나는 그날도 아침 미사를 마치고 캘커타 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길 한복판에 물이 고여 있는데 그곳에 누군가가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가까이 가서 몸을 끌어안고 드려다 보니 나이 많은 여자였습니다. 몸은 차가운 채 온통 젖어있고, 바싹 말랐지만 아직 살아있었습니다. 그녀를 간신히 수녀원으로 데려가서 씻겨주고, 옷을 갈아입히고, 따뜻한 곳에 눕혀주었습니다. 차츰 몸이 따뜻해지고 얼굴은 평안해졌습니다. 그녀의 머리를 들어 무릎위에 놓았습니다. 얼마가 지나자 그녀는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는 잔잔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 때 그녀의 입에서 한마디 말이 새어나왔습니다. ”Thank you" 그리고 그녀는 눈을 감았습니다.
나는 하루에 두 번씩 주님의 영성체를 만납니다. 한번은 아침 미사 때 나누는 떡을 통해서이고 또 한 번은 나와 더불어 사는 이웃들과의 만남을 통해서입니다. 내 무릎에 기대어 숨을 거둔 여인, 그녀는 나에게 있어서 바로 주님이었습니다.“

수많은 신학자들, 쟁쟁한 신학자들 앞에서 자기의 삶을 이야기한 여인, 그녀의 이야기가 끝나자 모든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들은 모두 일어나 그녀를 향해 감격적인 박수를 쳤습니다. 박수 소리가 조용해지자 마지막 연사였던 싱가포르 대학의 총장이 나와서 한마디 하고 들어갔습니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덧붙일 수 있겠습니까?”

이 여인, 1m 50cm의 작은 키, 70이 넘은 늙은 나이로 수많은 신학자들을 감동시킨 이 여인, 그녀는 바로 마더 테레사 수녀입니다.
1910년 8월 27일 동부 유럽의 유고슬라비아에 있는 스코프예에서 알바니아계로 태어난 그녀는 열여덟살 나던 1928년 로레또 수녀회에 가입하여 수녀로서의 길을 걷게 됩니다. 다음 해부터 인도의 캘커타에 있는 여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1948년 캘커타의 버림받은 사람들을 돕기 위한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나병환자들, 고아들, 행려병자들을 위해서 “애덕의 전교 수녀회”가 조직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테레사 수녀를 도와 자원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테레사 수녀를 만나 인터뷰를 하고 그것을 책으로 펴낸 맬컴 마그랫츠는 테레사 수녀를 “버림받은 이들의 사도”라고 부르면서 수녀의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해 줍니다.
“현대인의 비극이란 나병이나 결핵과 같은 질병에서 오는 불행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이웃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잊혀지고 버림받고 있다는 현실일 것입니다. 사랑과 애덕의 결핍, 그것은 틀림없이 커다란 죄악입니다. 온갖 악취와 부정부패, 가난과 질병으로 위협당하며 길가에 쓰러져 있는 버림받은 이웃에 대한 외면, 그것은 무관심이라는 가증한 죄입니다.”

맬컴은 테레사 수녀에게 묻습니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정확히 하고 계시는 일이 무엇입니까? 이미 하고 계시거나 또 하려고 애쓰는 일 말입니다.”
수녀는 대답합니다.
“무엇보다도 자기네가 버려져 있지 않다는 것을 느끼도록 해 주고 싶은 겁니다. 진정으로 자기네를 사랑하고 받아들여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적어도 살아있는 몇 시간만이라도 느끼고 알게 되도록, 하나님과 인간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겁니다. 자기들도 하나님의 자녀이며, 저버림이 아니라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사실, 즉 자기들을 위해서 일생을 바치는 젊은이들이 있음을 알아주기를 우리는 바라는 것입니다.”

10번째의 자선 음악회를 준비하느라고 오랫동안 애써 온 수표교교회 중고등부 학생 여러분,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면서 이 음악회를 준비해 왔던가요? 이름이 자선 음악회인데 우리가 과연 누구를, 얼마나,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이 자선 음악회에 얼마만큼의 사랑이 담겨있는가요? 정성이 담겨있는가요?

저는 여러분들이 이번 자선 음악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쭉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처음 준비할 때 잘 되지 않았습니다. 연습기간이 충분치 않아서 날짜도 연기해야 했고 연습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올라오는 계단 한 구석에 서서 중창연습을 해야 했고 학교 갔다 오는 시간이 맞지 않아서 연습시간도 많지 않음을 다 보았습니다. 그래서 노랫소리에서는 불협화음이 들렸고 지휘자 선생님은 연습이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악보를 정리하기 위해 남보다 먼저 나오고, 또 늦게까지 아무 불평하지 않고 연습하는 여러분의 모습을 보면서 또한 몹시 흐뭇했습니다. 서로 소리를 합치고자 애쓰면서, 서로 격려하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려는 노력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자선 음악회를 준비하신 여러분들이 마음으로 하나 되었을 줄 믿습니다. 여러분들이 서로의 소리를 들으면서 일체감을 느끼리라 믿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은 바로 하나됨입니다. 사랑은 바로 일체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오늘의 본문을 기억합니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 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구절입니다. 특히 복음성가로 만들어져서 많은 사람들에 의해 애창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라는 구절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천사의 말이 무엇인가요? 영어 성경을 보니까 그냥 “내가 사람과 천사의 혀로 말할지라도”라고 되어 있습니다. 천사도 혀가 있는가요? 천사의 말이란 도대체 무엇인가요? 저는 이 구절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천사가 말을 한다면 그것은 바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가? 이 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천사의 말, 그것은 바로 노랫소리, 곧 찬양이다.

그렇습니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그것은 바로 “우리가 찬양을 아무리 많이 하더라도”라는 뜻이고 이 때 사랑이 없으면 찬양도 사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입니다. 오늘 우리가 듣고자 하는 것, 그리고 출연자들이 들려주어야 하는 것 그것은 바로 천사의 말, 곧 찬양입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에 저는 찬양 연습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노래를 불러보는 것이 아니라 노래에 어떻게 사랑을 담을 것인가, 사랑을 표현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작업이라고 믿습니다. 바로 그럴 때 우리의 노래는 하나님께 영광이 되리라 믿습니다.

오늘 자선 음악회에 오셔서 찬양을 들으면서 함께 기쁨을 나누기를 원하시는 학생여러분,
여러분은 오늘 무엇을 보러 오셨습니까? 무엇을 들으러 오셨습니까?
저는 여러분이 출연자들이 부르는 찬양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맛보시기를 원합니다.
부르는 사람들과 듣는 사람들이 찬양을 통해 하나됨의 경험을 하게 되시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특별히 우리 주위에 우리의 관심과 사랑을 원하는 이웃들이 있음을 기억하는 시간이 되기를 원합니다.
하나님은 바로 나 그리고 우리를 통해 당신의 사랑을 나타내신다고 하는 사실을 기억하는 시간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자선 음악회가 바로 우리 모두의 사랑의 페스티발이 되기를 원합니다.
왜냐하면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 우리에게 주라고 요구하신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것은 브라우닝이 쓴 시 “소년의 천사”에 담긴 내용입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데오크리트, 그는 가난한 상점에서 점원 노릇을 하는 작은 소년이었습니다. 온 종일 일하면서도 데오크리트는 조금도 피곤해 하지 않았습니다. 일하면서 그는 노래를 불렀으며, 그의 노래는 자신의 마음에만 기쁨이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의 노래를 들으신 분은 하나님이셨고, 하나님은 그의 노래를 기뻐하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노래하며 일하고 있는 곳에 한 수도사가 지나갔습니다. 기쁨에 찬 데오크리트의 노래를 듣자 수도사가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는 말했습니다.
“네 노래는 참으로 아름답구나! 하나님이 네 찬양의 노래를 들으실거다. 그러나 네가 로마의 교황이 되어,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부활절날 노래를 부른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소리를 들은 데오크리트는 흥분한 채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죽기 전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하나님께 찬양하게 해주십시오.”

시(詩)중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데오크리트의 기도를 들은 이는 천사 가브리엘이었습니다. 그래서 천사는 내려가 이 소년을 로마로 인도해가기 시작했습니다. 소년의 노랫소리가 상점에서 끊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슬픔에 잠겼으며 누구보다도 하나님 자신이 데오크리트의 노래를 아쉬워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천사에게 물었습니다.
“일하면서 부르는 데오크리트의 찬양의 노래는 어찌 되었는고?”
이 말씀을 듣자 천사 가브리엘은 곧장 지상으로 내려와 자신이 데오크리트 같은 소년이 되어 상점에서 일하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나 천사는 데오크리트가 하던 일은 잘 해낼 수가 있었으나, 그의 노래는 흉내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한 소년의 노랫소리를 듣고 있으나, 그 소리에는 데오크리트의 노래처럼 어찌 경외심과 간절함이 없는고?”
이 말씀을 듣고 가브리엘은 로마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려고 하는 소년 데오크리트를 발견했습니다.
“내가 잘못 판단했소! 당신은 여기서 장차 훌륭한 교황이 될 수도 있겠으나 당신의 옛집에서 노래부르는 일은 그 어느 누구도 할 수 없소. 하나님이 만족해하시지 않았소. 하나님은 당신의 작은 찬양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서 돌아와 다시 가난한 상점의 소년이 되어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불러 주시오”
데오크리트는 그토록 바라던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의 노래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가난한 집으로 돌아와 노래를 불렀을 때, 그 노래를 듣는 수많은 생명들에게 기쁨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데오크리트의 노래를 또다시 기뻐하셨습니다.

함께 기쁨으로 찬양하고, 기쁨으로 찬양에 동참하는 우리의 친구들이여, 우리의 찬양은 지극히 조그마한 찬양입니다. 우리의 사랑과 봉사는 지극히 조그마한 사랑과 봉사입니다. 그러나 이름없는 곳에서 이름없는 사람들이 부르는 찬양의 노래, 지극히 작은 자가 지극히 적은 사람에게 베푸는 지극히 작은 사랑의 봉사, 이것이 비록 사람들의 눈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하나님께는 큰 기쁨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다. 우리의 기도와, 우리의 정성과, 우리의 사랑이 담긴 이 작은 자선음악회가 바로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이루는 큰 받침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십시다.

비록 노래가 서툴더라도, 연습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우리 모두 다함께 기쁨으로, 크게 하나님께 찬양을 드립시다. 그리고 여기 모인 우리들의 마음과 마음을 통해, 입과 입을 통해 온 세상에 널리 울려퍼지게 합시다. 그리고 버림받았다고 느끼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들에게 바로 그들을 위해 주님의 이름으로 일생을 살겠노라고 다짐하는 젊은이들이 바로 이곳에 모여있음을 알게 합시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