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으로부터의 자유/2008. 10. 26.
본문) 마태복음 15:12-20
“그 때에 제자들이 다가와서 예수께 말하였다. ‘바리새파 사람들이 이 말씀을 듣고 분개하고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나의 하늘 아버지께서는 자기가 심지 않으신 식물은 모두 뽑아 버리실 것이다. 그들을 내버려 두어라. 그들은 눈 먼 사람이면서 눈 먼 사람을 인도하는 길잡이들이다. 눈 먼 사람이 눈 먼 사람을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다.‘ 베드로가 예수께 ’그 비유를 우리에게 설명해 주십시오‘ 하고 청하니,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도 아직 깨닫지 못하느냐?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엇이든지, 뱃속으로 들어가서 뒤로 나가는 줄 모르느냐? 그러나 입에서 나오는 것들은 마음에서 나오는데, 그것들이 사람을 더럽힌다. 마음에서 악한 생각들이 나온다. 곧 살인과 간음과 음행과 도둑질과 거짓 증언과 비방이다. 이런 것들이 사람을 더럽힌다. 그러나 손을 씻지 않고서 먹는 것은, 사람을 더럽히지 않는다.‘ ” (표준새번역 개정판)
지난주 설교에서 저는 레위기 전체가 “거룩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는 책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레위기가 가르쳐 주는 내용이 무엇인지 간단하게나마 살펴보아야 거룩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짐작이라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역시 27장까지 되는 것을 다 살펴볼 수 없으니까 제목이라도 살펴보면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레위기가 27장으로 되어 있는데 그중 1-7장까지는 여러 가지 제사의 종류와 그것에 따른 규례들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즉 레위기 중의 4분의 1이나 되는 분량이, 그것도 맨 처음에 제사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서 이러한 제사들이 얼마나 중요하고, 거기에 바쳐지는 제물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우리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 제사드리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제사 때마다 제물을 바쳤는데 일단 하나님께 바친 제물을 아까운 생각이 든다고 해서 무를 수 없기에 27장 28-29절에 이렇게까지 기록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자기에게 있는 것 가운데서 어떤 것을 주에게 바쳐 그것이 가장 거룩한 것이 되었을 때에는, 사람이든 짐승이든 또는 유산으로 물려받은 가문에 속한 밭이든, 그것들을 팔거나 무르거나 할 수 없다. 그것들은 이미 주에게 가장 거룩한 것으로 모두 바친 것이기 때문이다. 주에게 바친 사람도 다시 무를 수 없다. 그는 반드시 죽여야 한다.” (레위기 27:28-29)
이제 레위기의 내용을 간단하게 살펴봅시다.
8-10장 제사장들에 관한 규례
11장 정한 동물과 부정한 동물
12장 산모의 부정을 없애는 방법
13장-14:32 악성 피부병
14장 나머지 건물에 생기는 곰팡이
15장 남자와 여자가 부정하게 되는 경우
16장 속죄일
17장 피는 먹지 못한다.
18장 성관계에 대한 규례
19장 각종 규례
20장 사형에 해당하는 죄
21장 제사장이 지켜야 하는 규례
22장 제사 음식
23장 여러 절기들
24장 외국 사람에 대한 법
25장 안식년과 희년/부당한 이익을 삼갈 것
26장 모든 행위에 따르는 상과 벌
27장 몇 가지 덧붙이는 말
이렇게 간단하게 제목만 살펴보아도 굉장히 복잡하고 지킬 것이 많다는 것을 우리가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그걸 어떻게 다 지키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유대인들은 이 율법을 다 지켰는가 하는 것입니다. 유대의 랍비들이 율법서에서 찾아낸 규례들이 모두 613가지나 된다고 하는데 과연 그것들을 다 지킬 수 있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유대인들은 율법을 다 지키기 위해 애썼지만 그만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레위기 26장 1절의 말씀이었습니다.
“너희는 우상을 만들거나 조각한 신상을 세우거나 돌기둥을 세워서는 안 된다. 또 너희가 사는 땅에 조각한 석상을 세우고 그것들에게 절해서는 안 된다. 나는 주 너희의 하나님이다.”
하나님께서는 틀림없이 우상을 만들거나 조각한 신상을 세우거나 돌기둥을 세워서는 안 된다고 명령하셨습니다. 그들이 사는 땅에 조각한 석상을 세우고 그것들에게 절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역대 왕들은 끊임없이 우상을 만들고 그것들에게 절을 했습니다. 우선 성전을 지은 것으로 유명한 솔로몬 왕부터 우상을 섬겼습니다.
“솔로몬이 늙으니, 그 아내들이 솔로몬을 꾀어서, 다른 신들을 따르게 하였다. 그래서 솔로몬은, 자기의 주 하나님께 그의 아버지 다윗만큼은 완전하지 못하였다. 솔로몬이 시돈 사람의 여신 아스다롯과 암몬 사람의 우상 밀곰을 따라가서, 주님 앞에서 악행을 하였다. 그의 아버지 다윗은 주님께 충성을 다하였으나, 솔로몬은 그러하지 못하였다. 솔로몬은 예루살렘 동쪽 산에 모압의 혐오스러운 우상 그모스를 섬기는 산당을 짓고, 암몬 자손의 혐오스러운 우상 몰렉을 섬기는 산당도 지었는데, 그는 그의 외국인 아내들이 하자는 대로, 그들의 신들에게 향을 피우며, 제사를 지냈다.” (열왕기상 11:4-7)
이후 많은 왕들이 끊임없이 우상들의 산당을 짓고, 그 앞에 제물을 바쳤습니다. 두 군데만 읽어 보겠습니다.
“오므리가 주님께서 보시기에 악한 일을 하였는데, 그 일의 악한 정도는 그의 이전에 있던 왕들보다 더 심하였다. 그는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이 걸은 모든 길을 그대로 따랐다. 오므리는 이스라엘에게 죄를 짓게 하고, 또 우상을 만들어서,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진노하시게 하였다.” (열왕기상 16:25-26)
“오므리의 아들 아합은 그 이전에 있던 왕들보다 더 심하게, 주님께서 보시기에 악한 일을 하였다. 그는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의 죄를 따라가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더 앞질렀다. 그는 시돈 왕 엣바알의 딸인 이세벨을 아내로 삼았으며, 더 나아가서 바알을 섬기고 예배하였다. 또 그는 사마리아에 세운 바알의 신전에다가 바알을 섬기는 제단을 세우고, 아세라 목상도 만들어 세웠다. 그래서 그는 그 이전의 이스라엘 왕들보다 더 심하게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진노하시게 하였다.” (열왕기상 16:30-33)
결국 이러한 죄 때문에 심판에 대한 경고가 이루어졌습니다. 이스라엘 왕국과 유다왕국은 차례차례 멸망당했고, 많은 백성들이 포로로 끌려갔습니다. 그래서 포로로 잡혀갔던 에스라는 이렇게 회개기도를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나님, 너무나도 부끄럽고 낯이 뜨거워서, 하나님 앞에서 차마 얼굴을 들 수 없습니다. 우리가 지은 죄는, 우리 스스로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났고, 우리가 저지른 잘못은 하늘에까지 닿았습니다. 조상 때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저지른 잘못이 너무나도 큽니다. 우리가 지은 죄 때문에,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의 왕들과 제사장들까지도, 여러 나라 왕들의 칼에 맞아 주거나 사로잡혀 가고, 온갖 수모를 겪었습니다. 이런 일은 오늘에 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에스라기 9:6-7)
그렇습니다.
그들이 율법을 어겼기에 포로로 잡혀갔고, 그렇게 수모를 당했다고 고백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게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간 유대인들이 자기들이 지은 죄를 회개하고,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거룩하게 살겠다고 다짐하면서 만든 종교, 그것이 바로 유대교입니다. 그리고 그 유대교에서 가장 강조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정결예법과 안식일법이었던 것입니다. 그것을 잘 지킴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자기들이 포로 생활에서 해방되어 고향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그들은 믿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지키는 데 가장 앞장선 것이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이었던 것입니다. 즉 그들은 율법을 지키는데 목숨을 건 사람들이었습니다.
바리새파 사람들, 그들은 그 누구보다 율법을 지키는데 열심인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철저하게 계명이 무엇인지 배웠고, 또 그것을 지키도록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이렇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갔다. 한 사람은 바리새파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세리였다. 바리새파 사람은 서서, 혼자 말로 이렇게 기도하였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나는, 남의 것을 빼앗는 자나, 불의한 자나, 간음하는 자와 같은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으며, 더구나 이 세리와는 같지 않습니다. 나는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내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 “ (누가복음 18:10-12)
뿐만 아닙니다. 바로 그 아래 등장하는 어떤 지도자도 바리새파 사람으로 보여지는데 그도 역시 이렇게 큰소리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지도자가 예수께 물었다. ”선하신 선생님, 내가 무엇을 해야 영생을 얻겠습니까?“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너는 나를 선하다고 하느냐? 하나님 한 분 밖에는 선한 분이 없다. 너는 계명을 알고 있을 것이다. ‘간음하지 말아라. 살인하지 말아라. 도둑질하지 말아라. 거짓으로 증언하지 말아라. 네 부모를 공경하여라’ 하지 않았느냐?“ 그가 말하였다. ”나는 이런 모든 것을 어려서부터 다 지켰습니다.“ ” (누가복음 18:18-21)
그렇습니다.
사도 바울이 고백한 것처럼 바리새파 사람들은 율법을 지키는 데는 흠이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율법을 어기면,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여지없이 들춰내고, 그것을 정죄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들이 예수님의 제자들을 향해서 정결예법을 어겼다고 시비를 건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럴 자격이 있었습니다.
오늘의 본문에 의하면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듣고 바리새파 사람들이 분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예수께서 들으셨습니다. 그러자 예수께서 대놓고 그들을 질타하셨습니다.
“나의 하늘 아버지께서는 자기가 심지 않으신 식물은 모두 뽑아 버리실 것이다. 그들을 내버려 두어라. 그들은 눈 먼 사람이면서 눈 먼 사람을 인도하는 길잡이들이다. 눈 먼 사람이 눈 먼 사람을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다.”
한 마디로 바리새인들은 하나님께서 심지 않으신 식물, 곧 가라지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너희들은 반드시 뽑힐 것이라는 말을 대놓고 하신 것입니다. 또 그들은 눈 먼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율법을 다 지킨다고 큰소리친다 하더라도 그들은 눈이 멀어 있고,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이 다른 사람들을 인도하다가는 둘 다 구덩이에 빠져 버린다는 것입니다. 베드로가 예수께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예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아직 깨닫지 못했느냐? 저 바리새파 사람들은 빵을 먹을 때 손을 씻지 않고 먹는다고 그렇게 난리를 치지 않느냐? 그러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그것이 먼지가 조금 묻었다고 해도 결국 뱃속에 들어가서 소화되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것은 결코 사람을 더럽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마음에서 뱉어내는 것들, 살인과 간음과 음행과 도둑질과 거짓 증언과 비방 같은 것들이 진짜 사람을 더럽히는 것이 아니냐? 그러니 진짜 중요한 것은 마음이 깨끗한 것이다.”
그렇습니다.
사람이 먹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지 않습니다. 물론 손을 씻고 먹으면 좋기야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일 때, 손 씻지 않고 먹었다고 해서 죄인이라고 손가락질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먹은 음식은 결국 뱃속에 들어가서 소화되고 남은 것은 대변으로 나오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깨끗한 음식을 먹고, 손을 박박 씻고 나서 음식을 먹었다 하더라도 그의 마음에서 나오는 생각이 악한 것이면 그것이 진실로 사람을 부정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진짜 불결한 것은 음식이 아니라 인간의 비뚤어진 성향에서 나오는 것이며, 나쁜 행위로 나타나는 것들입니다. 그것이 곧 살인과 간음과 음행과 도둑질과 거짓 증언과 비방 등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이 깨끗해지는 것은 정결예법을 지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 깊은 곳에 있는 생각과 그 생각의 표현으로서의 행동들인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이것을 아셨기에 율법으로서의 정결예법과 장로들의 전통으로부터 자유로우셨던 것입니다. 거기에 얽매이지 않고, 율법규정, 문자에 얽매이지 않고 거기에서 한껏 자유로우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게 그 자유를 약속하셨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진정 자유를 누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그것은 바로 문자로서의 계명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율법의 참된 정신을 지키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율법이 말하고자 하는 참된 의미를 찾아내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답은 이미 레위기 안에 들어 있습니다.
“한 백성끼리 앙심을 품거나 원수 갚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다만 너는 너의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여라. 나는 주다.” (레위기 19:18)
결국 레위기에 나오는 그 많은 규정들은 이 구절을 이루기 위한 방법일 뿐입니다. 레위기의 참된 정신은 무엇이냐?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도 마태복음 23장에서 이렇게도 말씀하셨습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아! 위선자들아! 너희에게 화가 있다! 너희는 박하와 회향과 근채의 십일조는 드리면서, 정의와 자비와 신의와 같은 율법의 더 중요한 요소들은 버렸다. 그것들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했지만, 이것들도 마땅히 행해야 했다. 눈 먼 인도자들아! 너희는 하루살이는 걸러내면서, 낙타는 삼키는구나!” (마태복음 23:23-24)
그렇습니다.
예수를 믿는 사람들은 율법으로부터, 전통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그러나 율법과 전통의 본질에는 충실합니다. 문자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기본정신에 충실합니다. 그것은 바로 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것이요, 그 사랑의 구체적인 표현방법이 정의와 자비와 신의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들이야말로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기본정신인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예수를 믿는다고 하는 것, 그것은 문자로서의 율법과 전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기본정신을 지키는 데는 그 누구보다 철저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예수께서 그렇게 사셨고, 그것이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예수 안에서 참 자유를 누리되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바치는 성도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마태복음강해(06.9.17-10.4.18) > 2008 년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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