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 년도

1995. 11. 5 / 숯불 / 요한복음 18:12-27

람보 2 2015. 3. 20. 17:14

숯불(1995. 11 .5 )

숯 불

요한 18:12-27 / 1995. 11. 5

  얼마 전 총무 선생님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갔었는데 어느 음식점 간판에 써 있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불타는 닭갈비”

  오늘 설교 제목을 “숯불과 닭”으로 하려다가 꼭 음식점 이름 같아서 그냥 "숯불"이라고 잡았습니다. 아마 이런 설교 제목을 들어본 적이 없을 것입니다. 오늘의 본문이 들어있는 요한 복음 18장은 예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기도를 마치시고 붙잡히셔서 심문당하는 장면을 기록해 놓은 부분입니다.

  다른 복음서에 비해 요한 복음서에서는 예수께서 심문 당하시는 과정이 좀 더 자세하게 나와 있는데 우선 12절에 의하면 예수님을 끌고 간 사람들이 군대·천부장·유대인의 하속이라 해서 로마 군인들과 유대 종교 지도자들이 협력해서 끌고 간 것으로 분명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먼저 안나스에게 끌고 갔으니 그는 A.D 7-14년까지 대제사장을 지낸, 그야말로 당시로서는 세력이 당당한 명문집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 당시에는 대제사장을 지내려면 로마의 인정을 받아야 했으니까 엄청난 뇌물을 바쳐야 했고 또 그 과정에서 많은 비자금을 숨겨두었던 그야말로 극도로 타락한 대표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그 돈을 모으기 위해 성전세를 착복하기도 하고 동전 바꾸는 일이나 짐승 파는 일들을 통해 잇속을 차리기도 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 안나스가 먼저 예수님을 심문했는데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하자 이번에는 예수님을 당시 대제사장이며 자기 사위인 가야바에게 보냈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예수께서는 당당하게 맞서서 불의에 대항하셨습니다. 예수, 당신이 무얼 가르치느냐고 묻는 물음에 대해서도 내가 이미 드러내놓고 다 이야기 했다고 하시며 굽히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다가 군인들에게 얻어맞고 채찍질을 당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예수께서 군인들에게 붙잡혀 가서 심문당하시고 고문당하시는 동안에 제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요? 예수님께서 많은 제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적어도 열 두 제자 중 가롯 유다를 제외한 열한 제자는 이 때 같이 있었어야 할 것으로 보여지는데 그들은 이 때 무엇을 했는가요?

  오늘의 본문에 의하면 열 한 명의 제자 중 예수님 재판 받으시는 곳에 그래도 가까이 있던 사람은 단 두 사람, 시몬 베드로와 또 다른 제자 하나뿐이었습니다. 나머지 아홉 명은 어디로 갔는지 다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또 다른 제자 하나는 아마도 요한 복음의 저자인 사도 요한 자신일 것이라고 학자들은 추측합니다. 자기 이름을 직접 써넣기 어려워서 슬쩍 표현을 달리 했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사라져버린 아홉 명의 제자들은 제켜놓더라도 오늘의 본문에 나오는 두 제자는 어떤 행동을 취했는가요? 우선 베드로 아닌 다른 제자 하나는 대제사장과 아는 사람이라고 성경은 기록해 놓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대제사장의 집 뜰에 들어가고 베드로는 문 밖에 서서 기다리다가 그 제자가 다시 나와서 문을 지키는 여자에게 말하여 베드로도 뜰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다. 그런데 문지키는 여종이 베드로를 보더니 그를 붙잡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너도 이 사람의 제자 중 하나가 아니냐?”
그랬더니 베드로는 완강하게 대답하였습니다.
  “나는 아니다. 나는 예수의 제자가 아니다.”

  그런데 18절에 조금 미묘한 구절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 그 때가 추운고로 종과 하속들이 숯불을 피우고 서서 쬐니 베드로도 함께 서서 쬐더라.”
  이 사건이 일어나던 때의 날씨가 추웠기 때문에 종과 하속들이 숯불을 피우고 서서 쬐고 있었는데 자기 스승을 모른다고 부인했던 그 베드로도 추워서 그랬는지 숯불로 가까이 가서 함께 쬐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추운데 숯불을 쬐는 것이야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도 겨울 수련회를 가서든 아니면 여름 수련회의 그 더운 때도 모닥불 피워놓고 쬐지 않습니까? 그런데 나는 오늘의 본문을 보면서 자꾸 베드로가 숯불을 쬐는 모습이 마음속에 그려지면서 그것이 그냥 숯불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25절부터 다시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시몬 베드로가 서서 불을 쬐더니 사람들이 묻되 너도 그 제자 중 하나가 아니냐 베드로가 부인하여 가로되 나는 아니라 하니 대제사장의 종 하나는 베드로에게 귀를 베어 버리운 사람의 일가라 가로되 네가 그 사람과 함께 동산에 있던 것을 내가 보지 아니하였느냐 이에 베드로가 또 부인하니 곧 닭이 울더라.”

  자, 베드로는 계속 숯불을 쬐고 있습니다. 스승인 예수께서는 지금 심문을 당하시며 온갖 고생을 다 하시는데 그의 수제자라고 알려진 베드로는 날씨가 조금 쌀쌀하다고 숯불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그곳에서 두 번씩이나 계속해서 너도 예수의 제자가 아니냐는 물음을 받고는 나는 아니라고, 나는 아니라고 거듭 부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자 곧 닭이 울었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숯불. 몸을 조금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숯불. 그리고 그 곁을 떠나지 못한 채 머뭇거리고 있는 베드로 그리고는 연속해서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하는 그 베드로. 스승은 이제 잡혀죽게 되었는데 자기 혼자 곧 꺼져버릴 숯불을 쬐느라고 떠나지 못한 채 스승을 부인하고 있는 베드로.
  물론 “오뉴월 곁불도 쬐다 나면 서운하다.”는 속담이 전해져 오기는 하지만 바로 이 숯불 곁에 이 베드로의 모습은 바로 오늘 내 모습은 아닌가요? 여태까지 신앙생활 한다고, 주님을 따른다고 큰 소리쳐 왔지만 그러나 숯불과 같은, 곧 꺼져서 없어져 버릴 눈앞의 이익을 위해 주님을 모른다고 부인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여기 앉아 있는 눈앞의 이익을 쫓다가 주님의 고통을 잊어버리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 봅시다. 내 눈 앞의 자그마한 이익, 곧 지나가 버릴 세상적인 이익, 그것을 놓치지 않고 움켜쥐려고 예수님을 멀리 한 적은 없는가요? 이런저런 핑계로 툭하면 교회 빠지고, 성가대 빠지고, 임원직분 펑크 내고, 지각하고, 그런 사람 모두 숯불을 부여잡고 그것이 전부인 줄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신앙생활 한다는 것은 눈앞에 보이는 조그마한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예수님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 분을 어떤 상황에서도 모른다고 부인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베드로가 닭 울음 소리에 놀라서 깨어나 회개했던 것처럼 우리도 우리를 깨우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는 것입니다.

  오늘날 여러분들에게 있어서 여러분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숯불은 무엇입니까? 그것 때문에 예수님을 놓쳐 버리게 만드는 숯불은 무엇입니까? 과감히 그 곁을 떠나야합니다. 그리고 주님 곁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여러분 모두 진정 예수님만 바라보고 그 분을 만나고 그분을 따르는 삶을 살아가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주님을 모른다고 부인하지 말고 지금 재판받고 있는 저 분이 우리 주님이시라고 소리칠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