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향을 찾는 사람들 / 히브리서 11:8-16 / 1995. 6. 25
요즘 히트하고 있는, 소위 베스트셀러라고 불리는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소설이 아닌, 한 개인이 살아온 논픽션이면서도 소설보다 훨씬 재미있어서 한 번 손에 잡으면 좀처럼 놓기 힘들만큼 재미도 있고, 대로는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고, 콧잔등이 시큰거리기도 하는 책입니다. 그 책 한 권을 다 읽고나면 프랑스의 빠리를 훤히 다 알게 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또 나 자신의 존재를 되돌아보게도 만들고 또 우리 민족의 모습을 되돌아보게도 만드는 책입니다. 그 책은 홍세화라는 여자 이름의 남자가 쓴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홍세화 씨의 약력을 간단히 적어보겠습니다.
1947년 서울 출생. 경기중고등학교 졸업
66년 서울공대 금속공학과 입학
67년 10월 그만 둠
69년 서울 문리대 외교학과 입학
문리대 연극반 활동
72년 민주수호선언문 사건으로 제적
77년 졸업, 무역회사 취직
77-79년 민주투위, 남민전 조직에 가담
79년 3월 무역회사 해외지사 근무차 유럽으로 감
10월 남민전 사건으로 귀국하지 못하고 빠리에 정착
82년 3월 망명 신청
6월 망명이 허가됨. 이후 지금까지 관광 안내, 택시 운전 등을 하며 망명생활 중.
홍세화, 아내, 두 자녀에게 망명증명서가 주어짐.
사진, 이름, 생년월일, 주소, 증명서 만료기일
* 여행목적지 : 꼬레를 제외한 모든 나라
갈 수 있는 나라 : 모든 나라
갈 수 없는 나라 : 꼬레(한국)
그는 방학 때만 되면 조국을 드나드는 유학생들이 부러웠으며 아들 용민이가 “우리는 왜 한국에 안가?” 하고 물어볼 때 제일 슬프고 견디기 어려웠다고 고백합니다. 친구들이 책 출판을 해 주었고, 한국에서 출판기념회를 했지만 정작 본인은 끝내 오지 못했습니다.
여러분!
빠리에서 택시운전사를 하고 있는 홍세화 씨는 그가 그렇게도 오고 싶어하고 또 그의 두 자녀가 그렇게도 오고 싶어 하는 고국 땅에 오지 못하고 그렇게도 보고 싶은 할머니를 찾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책을 읽으면 그가 얼마나 한국 땅에 오고 싶어 하는지 구구절절이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돌아갈 고국이 있고 또 그곳에 마음놓고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생각하게 해 줍니다.
그런데 여러분!
사람들만 돌아갈 곳을 그렇게 마음깊이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은 우리가 하찮게 생각하는 동물들 중에도 돌아갈 곳을 기억하고 돌아가려고 애쓰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 귀소본능> 이라는 제목의 예화 생략
“우리 마음속의 깊은 갈망은 모두가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귀소본능을 표현합니다. 대개는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지만요. 인간은 누구나 안정감, 타인의 인정, 성공, 자부심, 사랑, 행복 등을 원하지요. 이 모든 것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권력, 돈, 명성, 쾌락 등을 꼽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조만간 이 세상의 그 무엇으로도 우리들 마음속의 깊은 갈망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본래 우리 인간은 영원하고 무한하신 하나님을 지향하게끔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밖에 어떤 것으로도 하나님께 그 근원을 두고 있는 우리들의 귀소본능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께 향하는 우리의 본성, 곧 하나님을 그리워하는 우리의 타고난 열망(의식적으로 종교적인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간에)이 우리가 가진 값진 보물입니다. 타고난 이 열정을 엉뚱한 방향으로 돌려버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들은 물질적인 욕구 충족이나 지적 작업에 몰두하지요. 하지만 그런 경우에라도 타고난 귀소본능은 마음 속 깊이 온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릇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뿐이지요.” - 예화에서 인용 -
그렇습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로 믿는다는 것은 곧 우리의 인생길은 나그네길이며, 우리에게는 돌아갈 본향이 있음을 믿고 그곳을 향해 순례의 길을 걷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 그는 일흔 다섯의 나이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케 하리니 너는 복의 근원이 될지라.”
그 부르심을 받은 아브라함은 순종하여 떠났습니다. 하란에서 떠나 가나안 땅에 들어갔다가 세겜 땅에 이르렀을 때에 하나님께서 나타나셔서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
그러나 이후에도 아브라함은 점점 남방으로 내려갔다가 마침내 기근을 피해 애굽에까지 내려갔었고, 다시 돌아와서는 가나안 땅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살았습니다. 물론 그가 유목민이었기에 옮겨 다녔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러나 히브리서 기자는 바로 아브라함의 일생을 믿음의 눈으로 정리하면서 오늘의 본문을 남겨 놓았습니다.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장래 기업으로 받을 땅에 나갈 새 갈 바를 알지 못하며 나갔으며 믿음으로 저가 외방에 있는 것같이 약속하신 땅에 우거하여 동일한 약속을 유업으로 함께 받은 이삭과 야곱으로 더불어 장막에 거하였으니 이는 하나님의 경영하시고 지으실 터가 있는 성을 바랐음이니라.”
여러분!
아브라함은 분명히 기업으로 받을 땅이 있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땅은 분명히 가나안 땅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가나안 땅이 이스라엘 백성의 소유가 된 것은 아브라함 때가 아니라 아브라함이 죽고 나서도 수백 년이 지난 후였습니다. 그러므로 아브라함은 결코 눈에 보이는 땅만을 바라보고 산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히브리서 기자는 분명히 말합니다.
“이 사람들은 다 믿음을 따라 죽었으며 약속을 받지 못하였으되 그것들을 멀리서 보고 환영하며 또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로라 증거하였으니 이같이 말하는 자들은 본향찾는 것을 나타냄이라. 저희가 나온바 본향 곧 떠나온 곳을 생각하였더면 돌아갈 기회가 있었으려니와 저희가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그러므로 하나님이 저희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 아니하시고 저희를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
만약 아브라함이 떠나온 곳, 육신의 고향 곧 하란을 생각했더라면 그는 그곳에 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였으니 그것은 곧 하늘에 있는 성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 땅에 사는 동안 외국인이자 나그네입니다. 따라서 언제까지나 이 땅에 사는 사람처럼 살아서는 안됩니다. 외국인으로서, 나그네로서 합당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그것도 내가 여행하고 싶을 때까지 무작정 여행을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부르시면, 우리의 여권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시면 그저 내어놓고 돌아갈 수밖에 없는 나그네로서 갈아가야 합니다.
여러분!
기독교인들이 우상숭배한다고, 사람 손으로 만든 우상에다가 절을 한다고 비웃는 다른 종교의 신자들마저도 결국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놓고 간다고 가르치는데, 그래서 있는 것으로 자비를 베풀며 살다가 대가 되면 다 그대로 놓고 간다고 말하는데 하나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이, 하나님이 부르시면 언제든지 갈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는 기독교인들 가운데 어쩌면 그리도 세상적인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 많은지요? 결국 가지고 갈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마치 천 년 만 년 다 누리며 살 것처럼 그렇게 욕심 사납게 사는 사람들이 어찌 그리 많은지요?
예수를 믿는 사람들은 결국 하나님을 향해 함께 길을 걷는 사람들입니다. 기쁨을 함께 나누고, 슬플 때 서로 위로하고, 힘들 때 따뜻한 말 한 마디 베풀고, 지칠 때 팔을 붙들어주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면서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입니다. 더군다나 한 교회에서, 그것도 한 선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릅니다.
우리 모두는 본향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모두 지치지 말고 꾸준히 걸어갑시다. 서로 위로하고 아끼며 손잡고 걸어갑시다. 내게 삶이 주어져 있는 동안 서로 사랑하며 걸어갑시다. 그래서 함께 하나님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며 살아갑시다. 여러분 모두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본향에 들어가게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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