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에 가서 씻으라(요한복음 9:1-12 / 1995. 2. 5)
전라도에 있는 영광학교는 소위 시각장애자들이 다니는 학교입니다. 거기에는 아주 어린 아이로부터 스무 살이 넘은 어른들까지 함께 모여서 서로 도우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 학교에 있는 시각장애자들의 삶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며칠 전 어느 TV에서 방영되었는데 그 제목은 “빛 한 조각 움켜쥐고” 였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 프로그램이 시작장애자들을 다룬 프로인 것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그날도 교회에서 밤 10시 넘어 기도회를 끝내고 집에 가서 잠시 쉬는 동안에 방송을 보게 되었고, 그때 마침 그런 프로그램이 방영되길래 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프로에 나오는 장애자들은 물론 한결같이 아픔과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아주 어려서 장애를 겪게 된 사람들도 있고, 나이 들어서 결막염에 걸렸는데 그것이 그만 시력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시각장애자들은 빛을 완전히 보는 못하는 캄캄한 데서 사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 프로에 의하면 사실은 대부분의 시각장애자들은 낮과 밤은 구분을 하고 또 사물을 아주 흐릿하게 보기는 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물체 같은 것들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구분이 안 되고 뿌옇게 보이는 현상들인 것입니다.
어쨌든 그들은 앞을 잘 볼 수 없으니까 행동반경이 지극히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바깥출입도 자유롭지 못하고, 마음놓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스스로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한테서 끊임없이 놀림을 받고, 그래서 그들은 자기들이 모여서 사는 것이 가장 마음 편한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가서 진단을 하고 수술을 받는 것입니다. 소위 각막이식수술을 받아 시력을 회복하면 앞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을 그들은 갖고 있는데 그것은 물론 돈이 없으면 안 됩니다. 그렇지만 그들 대부분은 당연히 수술을 받을 돈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서울에 실로암 병원이라는 안과전문병원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도 시각장애자, 소위 장님인 목사님 한 분이 시작한 병원인데 독지가들의 후원을 받아 지금 개안수술을 해 주고 있습니다. 마침 영광학교 학생들 중 26명이 그 병원에 와서 진찰을 받았는데 그중 6명만이 수술을 받으면 시력을 찾을 수 있다는 진단을 받고 나머지는 쓸쓸하게 되돌아가야 했다는 것입니다. 그 여섯 명 중에는 여섯 살짜리 여자아이도 있고, 여러분 또래의 남자 중학생 아이도 있었는데 그들은 수술을 받고나서 앞을 보게 된 것이 얼마나 기쁜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 영광학교에 있는 아이들, 시각장애자인 그 아이들은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지 모릅니다. 26명 중 6명만이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그래서 나머지 20명은 자기들에게서 희망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수술받게 된 친구들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마치 내 일처럼 좋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일생을 어둠 속에서, 온갖 불편을 다 겪으며 살아야 하지만 늘 밝게 살려고 애쓰는 모습이 눈시울을 뜨겁게 했습니다.
여러분!
나는 이 프로를 보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특히 두 눈이 멀쩡하니까 세상 사는데 아무 불편 없고 어려움 없이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이 “보아야 할 것은 보지 못하고, 못볼 것은 보는 세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보아야 할 것은 참으로 많이 있습니다.
* 농부가 콩을 심을 때 세 알씩 심는데 하나는 새를 위해서, 하나는 땅속의 벌레를 위해서, 그리고 한 알은 열매를 맺기 위해 심는 그 마음.
* 학교에서 공부는 뛰어나지 못하고 얼굴에 칼을 대지 않아서 뛰어난 미인은 아니더라도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알고 슬픔과 기쁨을 같이 나눌 줄 아는 그 마음.
* 겉으로 화려하게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혼자서 조용히 묵상할 수 있고 때로는 시도 읽고 소설도 읽어서 생각이 깊어지고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아가 볼 수 있는 그 마음.
* 나 혼자 공부 잘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 남 보란 듯이 큰소리치며 살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실력을 쌓아서 앞으로 진정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일하겠노라고 다짐하는 그 마음.
* 우리가 사는 세상은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세상이고, 우리는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 걸어가야 함을 알고, 그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기 위해 살아가겠노라고 다짐하는 그 마음.
*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의 주인은 예수님이심을 깨닫고 믿을 수 있는 그 마음.
오늘의 본문에 나오는 대로 예수께서 나면서부터 소경된 사람을 보시고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고 명령하신 것은 바로 눈을 뜨고 볼 것을 보라는 말씀입니다. 볼 것은 보지 못하고 못볼 것만 보는 바리새인들과 유대인들이 가득 차 있는 세상에서, 소경이; 보게 된 것을 축하는 못해줄망정 다른 사람들의 흠이나 잡고, 어떻게 보게 되었느냐고 시비나 걸고, 안식일에 고쳤으니 죄를 지었다고 심판이나 하러 드는 세상에서 한 사람의 소중함을 깨우치시고 선과 아름다움을 보고 살아가라고 그의 눈을 뜨게 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그를 실로암으로 보내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실로암은 어디입니까? 실로암은 바로 교회 아닙니까? 아니 교회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속에 눈 먼 사람들, 욕심과 시기와 질투와 미움에 사로잡혀 눈 먼 사람들이 교회에 와서 예수를 만남으로 인생의 참된 가치를 깨닫고, 사람 하나하나의 귀중함을 깨닫고,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목적을 찾고 세상으로 나아가 하나님의 뜻을 이루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바로 교회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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