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강해(06.9.17-10.4.18)/2010 년도

2010. 1. 31 /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 마태복음 27:27-44

람보 2 2015. 4. 4. 22:44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2010. 1. 31)

 

본문) 마태복음 27:27-44

총독의 병사들이 예수를 총독 관저로 끌고 들어가서, 온 부대를 다 그의 앞에 불러 모았다. 그리고 예수의 옷을 벗기고, 주홍색 걸침 옷을 걸치게 한 다음에, 가시로 면류관을 엮어 그의 머리에 씌우고, 그의 오른손에 갈대를 들게 하였다. 그리고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유대인의 왕 만세!“ 하고 말하면서 그를 희롱하였다. 또 그들은 그에게 침을 뱉고, 갈대를 빼앗아서, 머리를 쳤다. 이렇게 희롱한 다음에, 그들은 주홍 옷을 벗기고, 그의 옷을 도로 입혔다. 그리고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그를 끌고 나갔다.

그들은 나가다가, 시몬이라는 구레네 사람을 만나서, 강제로 예수의 십자가를 지고 가게 하였다. 그들은 골고다 곧 ‘해골 곳’이라는 곳에 이르러서, 포도주에 쓸개를 타서, 예수께 드려서 마시게 하였으나, 그는 그 맛을 보시고는, 마시려고 하지 않으셨다. 그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나서, 제비를 뽑아서, 그의 옷을 나누어 가졌다. 그리고 거기에 앉아서, 그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 위에는 ‘이 사람은 유대인의 왕 예수다’ 이렇게 쓴 죄패를 붙였다.

그 때에 강도 두 사람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는데, 하나는 그의 오른쪽에, 하나는 그의 왼쪽에 달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머리를 흔들면서, 예수를 모욕하여 말하였다. “성전을 허물고, 사흘 만에 짓겠다던 사람아,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너나 구원하여라.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아라.” 그와 같이, 대제사장들도 율법학자들과 장로들과 함께 조롱하면서 말하였다. “그가 남은 구원하였으나, 자기는 구원하지 못하는가 보다! 그가 이스라엘 왕이시니,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 오시라지! 그러면 우리가 그를 믿을 터인데! 그가 하나님을 의지하였으니, 하나님이 원하시면, 이제 그를 구원하시라지. 그가 말하기를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다‘ 하였으니 말이다.“ 함께 십자가에 달린 강도들도 마찬가지로 예수를 욕하였다.

(표준새번역 개정판)

 

 

오늘의 본문은 참으로 읽어나가기 힘든 내용입니다. 저는 이 본문을 갖고 설교하기 위해 읽으면서 너무나 마음이 답답하고, 웬일인지 자꾸 읽다가 그만 두고 한숨을 쉬게 되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도대체 이 본문을 갖고 또다시 설교를 해야 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이 제 마음 속에 자꾸 솟아올라서 설교준비가 좀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보통 금요일 오후쯤이면 설교준비를 마치는데 금요일 밤이 되어도,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설교가 쓰여지지 않았습니다. 지난주 설교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지금도 제 눈에는 그 많은 한국의 기독교인들 앞에서, 거룩하게 차려입고, 온갖 경건의 모습은 다 갖춘 채 교회로 들어가는 저 많은 기독교인들 앞에서 설교자들이 사실은 엉뚱한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체 무슨 설교를 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 솟구쳐 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설교는 해야겠지요?

 

유대인들에게 온갖 수모를 다 당하신 예수께서는 이제 이방인인 로마 군인들에게 넘겨져서 골고다를 향해 가시게 되었습니다. 총독의 병사들은 임금이 즉위하는 대관식을 빗대어 예수를 조롱했습니다. 주홍색 걸침 옷을 걸치게 하고, 가시로 면류관을 엮어 그의 머리에 씌우고, 그의 오른손에 갈대를 들게 했던 것입니다. 이것은 물론 대관식 흉내를 낸 것이요, 예수를 비롯한 유대인 전체를 깔보고, 무시하고, 조롱하기 위한 행위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 앞에 무릎을 꿇고, ‘유대인의 왕 만세!’ 하고 말하면서 희롱하였던 것입니다. 예수에게 침을 뱉고, 갈대를 빼앗아서, 머리를 쳤습니다. 물론 머리에서는 피가 흘렀을 것이고, 예수께서는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을 것입니다. 그렇게 마음껏 희롱한 다음에, 그들은 주홍 옷을 벗기고, 원래 입혔던 옷을 도로 입힌 다음에,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끌고 나갔습니다.

 

마태복음 기자는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신 과정이나 십자가에 못 박히는 그 기막힌 고통의 과정을 다 생략해 버렸습니다. 그저 시몬이라는 구레네 사람이 억지로 십자가를 지고 갔고, 예수께서 쓸개를 탄 포도주를 마시지 않았다고 소개한 후 지극히 간단하게 표현하고 맙니다.

“그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나서”

 

여러분!

이 단 한 줄의 문장 속에 주님께서 당하신 모든 고통이 다 들어 있습니다.

"그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았다."

 

서기 1968년, 예루살렘 북쪽 나블루스 도로 외곽에 있는 무덤에서 한 유대인 남자 죄수의 유골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는 이십 대였으며, 유골상자에는 여호아난(Jehohanan) 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학자들은 그의 유골을 보고 1세기 로마 시대 예루살렘에서 행해지던 로마식 십자가형에 관한 세부사항들을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유골에 의하면 못은 손바닥에 박힌 것이 아니라 손목에 박혀 있었습니다. 오늘날 생리학자들도 만약 손바닥에 못을 막았다면 몸뚱이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한 여호아난의 유골에 의하면 발에는 발뒤꿈치를 뚫고 못을 박았습니다. 그 뼈는 발에서 가장 큰 뼈이고, 팔뚝이 그렇듯이 이 뼈에 구멍이 나더라도 피는 그리 많이 흐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호아난의 경우, 발뒤꿈치 뼈를 관통한 못은 여전히 말짱했습니다. 그가 십자가에서 내려졌을 때 못은 나무에 있던 옹이 때문에 휘어 있었고, 그의 시체를 내린 사람은 그냥 나무를 잘라냈기 때문에 나뭇조각이 그대로 발꿈치에 붙어 있었다고 합니다.

 

십자가형에 의한 죽음은 느리게 진행되었습니다. 이틀이나 사흘씩 걸릴 수도 있었습니다. 희생자는 벌거벗겨지고, 타는 듯한 지중해의 태양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충격과 탈진, 근육경직, 탈수, 출혈 등이 진행되다가 마지막으로는 질식하거나 심장이 멈추게 되어 죽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의 고통은 그야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모든 과정을 마태복음 기자는 한 마디로 표현했습니다.

"그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았다."

 

여러분!

혹 예수께서 당하신 십자가의 고통을 생각하기 싫어하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을 생각해서 이렇게 짧게 표현한 것은 아닐까요?

 

이제 그 십자가 아래에 두 종류의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하나는 사형을 집행한 총독의 병사들입니다. 그들은 예수의 고통과 죽음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예수의 죽음도 그저 수많은 죄수들의 죽음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그들이 늘 행하던 일 중의 하나이니, 그저 해치우는 일일 뿐입니다. 그들은 죽는 사람의 신분이 뭔지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전리품에만 있습니다. 누가 죄수의 옷을 가질 것인가? 그래서 그들은 제비를 뽑아서, 그의 옷을 나누어 가졌습니다.

물론 그들은 몰라서 그랬으니 넘어갑시다. 이방인이니 넘어갑시다. 문제는 또 하나의 무리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대제사장, 장로들, 율법학자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먼저 지나가던 사람들이 머리를 흔들면서, 예수를 모욕하며 말했습니다.

"성전을 허물고, 사흘 만에 짓겠다던 사람아,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너나 구원하여라.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아라."

 

대제사장들도 율법학자들과 장로들과 함께 조롱하면서 말하였습니다.

"그가 남은 구원하였으나, 자기는 구원하지 못하는가 보다! 그가 이스라엘 왕이시니,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 오시라지! 그러면 우리가 그를 믿을 터인데! 그가 하나님을 의지하였으니, 하나님이 원하시면, 이제 그를 구원하시라지. 그가 말하기를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다' 하였으니 말이다."

 

무슨 말입니까?

한마디로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아라. 그러면 믿겠다"는 것입니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눈으로 보게 하라는 것입니다. 기적을 행해 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믿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이건 어디선가 많이 본 이야기가 아닙니까? 바로 사탄이 예수를 시험하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마태복음 4장에 나와 있습니다.

 

"그 즈음에 예수께서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셔서, 악마에게 시험을 받으셨다. 예수께서 밤낮 사십일을 금식하시니, 시장하셨다. 그런데 시험하는 자가 와서, 예수께 말하였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이 돌들에게 빵이 되라고 말해보아라.' " (마태복음 4:1~3)

 

"그 때에 악마는 예수를 그 거룩한 도성으로 데리고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 말하였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여기에서 뛰어내려 보아라. 성경에 기록하기를

'하나님이 너를 위하여

자기 천사들에게 명하실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손으로 너를 떠받쳐서,

너의 발이

돌에 부딪치지 않게 할 것이다' " " (마태복음 4:5~6)

 

그렇습니다.

공생애 초기에 예수를 시험하던 사탄이 요구했던 것,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기적을 행해 보라는 것입니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인 증거를 대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믿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험에 실패하자 4장 11절에 보면 "악마는 떠나가고"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영원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예수께 도전하고 싸우더니 어느 틈엔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밑에 나타나 지나가는 사람들과 대제사장, 율법학자들, 장로들을 통해 마지막으로 예수를 시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십자가에서 내려와라."

 

여러분!

사탄은, 악마는 이방인이나 믿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서 믿는 사람들을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예루살렘 주민이나 대제사장, 율법학자, 장로 등과 같은 믿는 사람들, 그것도 직분이 높은 자들을 통해 유혹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오히려 더 쉽게 사탄의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예수를 믿는가? 수퍼스타처럼, 수퍼맨이나 원더우먼처럼 초능력을 발휘하는 기적의 사나이 예수를 믿는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까지 그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철저한 자기희생을 통해 죽음을 당하신 예수를 믿는 것인가?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기적을 통한 하나님의 증명을 요구하는 순간, 유혹에 넘어간 사탄이 역사하는 것임을 기억합시다. 구원의 길은 오로지 고난을 통한 것뿐임을 기억합시다. 그래서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꿋꿋하게, 흔들리지 말고 예수의 길을 걸어갑시다. 그럴 때 부활의 영광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